내일(10/12)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0.5%p 빅스텝 금리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2.5%인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빅스텝이 더해지면 다시 기준금리 3% 시대로의 회귀다.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빚으로 주식,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을 뜻하는 영끌족들, 난리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였던 금리를 2%대까지 가파르게 내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듬해인 2010년 7월부터 연달아 금리를 인상해 2011년 3월 10일부터 2012년 10월 11일까지 1년 반 가량 3%대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경기둔화, 경기침체가 우려될 땐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과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땐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인다. 코로나 땐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가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정부가 개개인의 주머니에 직접 돈을 꽂아주는 재정정책까지 더해져 'Cash is Trash'라는 레이 달리오의 발언이 나올 정도로 현금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교환의 매개체인 현금 가치 하락은 실물 자산의 가치 상승을 뜻한다. 정부의 실정 탓도 있지만, 넘치는 현금(이라 쓰고 신용이라 읽는) 덕에 지난 2020, 2021년 동안 자산 가치는 폭등하고 물가 역시 치솟았다. 뿌린대로 거둔다. 코로나 때 뿌린 유동성은 이제 거둬져야 할 차례인 것이다.
가뜩이나 유동성이 넘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잔뜩 낀 올해 2월 러-우 전쟁 발발로 원유, 원자재 수급도 꼬였다. 수요증대와 더불어 공급축소까지 불붙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연준이 금리인상 드라이브를 먼저 강하게 걸었다. 빅스텝도 모자르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지난 9월 미 연준의 0.75bp 금리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현재 한국은 2.5%, 미국은 3.25%다. 기준금리는 해당 국가 통화 가치를 대변한다. 가뜩이나 기축통화인 달러 위엄이 더 막강해졌다. 역시 불황엔 킹달러다. 금리도 더 낮은 데 해외 자본이 우리나라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주식이 빠진다. 부동산은 거래없이 일단은 버티는 모양새인데, 글쎄다.
지난 10년 동안의 저금리 시대엔 영끌이 돈 버는 지름길이었다. 2020년, 2021년 제로금리 땐 남의 영혼까지도 끌어다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일단 사고 봐야했다. 한편, 꼭 투자가 아니더라도 내 집 마련 부동산 매수는 영끌이 거의 필수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 영끌족들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금융 부채를 진 38만 가구는 집, 차 다 팔아도 빚을 못 갚을 정도로 부실 위험이 커졌다. 이런 고위험 가구의 금융 부채가 6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단순히 30년 만기, 3억 빚을 예시로 들면 조달금리 5%일 땐 월 이자비용 125만원이던 게, 이율이 6%로 1bp 오르면 150만원이 된다. 지금만 해도 7%에 육박하는 주담대인데, 연말까지 두 차례 0.5%p씩 금리가 더 오른다면? 주담대는 한 9%까지 치솟으려나?
가계부채 상황이 안 좋지만 자산시장 상황은 더 안 좋다. 외국인 매수/매도에 좌우되는 우리나라 증시 성향 상 환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달러 가치가 오르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 원화로 표시된 우리나라 주식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오늘만 -2%, -4% 빠진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2022년 초 대비 코스피 -26%, 코스닥은 -35% 넘게 빠졌다.
미 연준은 '수요를 파괴시켜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매파적 의지를 천명했다. 서민의 고통을 유발시키겠다는 뜻이다. 실업자가 얼마나 발생하든 인플레이션만 보겠다는 거다. 따라서 작금의 고금리 기조는 쉽게 꺾일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IMF 때 같은 외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일단 내일(10/11) 열리는 금통위에서 빅스텝(0.5%p) 인상해 3%가 되는 기준금리, 11월 한차례 더 빅스텝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연말엔 3.5% 기준금리가 예상된다. 2011년 6월의 3.25%보다도 높아지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나 보던 기준금리다. 저금리, 양적완화로 넘치는 유동성에 길들여져있던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다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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