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0일 실리콘밸리 은행 SVB 파산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테크 스타트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서 막대한 예금액을 보유하였으나, 예치금을 주로 투자한 곳이 장기 채권이었던 터라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연준의 유례없는 기준금리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인상으로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었고,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여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주거래 은행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한 고객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예금을 인출하는 '폰 뱅크런'이 발생하며 결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으로 이어졌다. 2008년을 떠올린 기업들이 불과 36시간 동안 무려 56조원을 인출했다고.
미국 재무부와 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피해가 예금자에게 미치지 않도록 SVB의 모든 예금자, 즉 예금자보호 한도액 2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예금자도 모두 구제하기로 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해당 기업은 그대로 폐쇄키로 결정해 투자자는 결국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SVB 파산 그 자체보다도 금리인상 여파에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리먼 파산 이후 시행된 바젤 Ⅲ 조약으로 은행들의 안전장치가 강화되었지만, 대형 은행 대비 자본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 미국 은행들은 뱅크런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SVB 파산의 불이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지역 은행 예금 인출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이다. SVB에 이어 시그니처 미국 은행 파산이 이어지며 다음 타자는 누구일까,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력 후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일단 JP모건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모두 대응하며 뱅크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해당 종목에 대한 투심은 얼어붙으며 3월 13일 주가는 하루만에 61.8% 폭락한 상황.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시그니처 은행 폐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 우려를 비롯한 지역 미국 은행 파산 공포에 해당 섹터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2008년 리먼 파산 이전에 베어 스턴스 등 중소형 은행들이 먼저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SVB 파산 여파를 중대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들이 시장에 만연한 듯하다.
미국 은행 파산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게 국민연금이 이미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으로 300억 원 가량이 물려있고,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퍼스트리퍼블릭 주식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그나마 다행인 건 SVB 파산에 이어 폐쇄된 시그니처 은행 주식 62억 원 어치는 2022년에 청산했다고.
상술한 것처럼 폰 뱅크런 탓에 급격히 무너진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를 보며 국내 인터넷 은행들에도 비슷한 위험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은 '안심하라'라는 입장인데 솔직히 안심이 안 되는 게 현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세계 경제의 출렁임이 언제끔 잦아들지. 투자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당장 3월 14일 CPI 발표, 3월 22일 FOMC 일정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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