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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매도 금지, 과연 필요한가? (ft. 5월 공매도 재개)

by Javid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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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공매도 재연장 방침을 어제(2/3) 증시 마감 후 발표했다. 기존 3월 16일 재개로 예정되어있던 공매도 금지 시한을 한 달 반 뒤로 늦춘 것. 다만 공매도 영구 폐지는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타 선진국들은 공매도가 재개된 데 반해 우리나라만 여전히 금지 중이니 자본유출이 우려된다는 까닭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일부 종목에 대한 부분 재개는 홍콩식 부분 공매도 방식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금융주'부터 공매도를 우선 재개했던 정책적 경험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 홍콩식 공매도

홍콩의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는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됨. 1994년 17개 시범종목을 지정했고, 2001년 홍콩거래소 규정에 세부요건을 마련한 다음부터는 지정 종목을 실시간으로 공시하고 있음.

- 대상 종목

✔ 시가총액 30억 홍콩달러(약 4,400억 원) 이상
✔ 12개월간 회전율(거래대금/시가총액)이 60% 이상

→ 위 기준 적용 시 홍콩거래소 상장 종목 중 1/3 가량, 시가총액 90% 수준에 해당

 

 

ⓒ매일경제

 

 

우리나라에 홍콩식 기준을 적용하면 당장 시총 10위권에 있는 삼성전자, LG화학,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등이 대상 종목이 된다. 공매도 잔액 1위 종목인 셀트리온의 경우 현재 잔액은 1.9조원 정도.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 기간 동안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의 주범으로 꼽히는 공매도 제도를 손 본 뒤 5월 3일부터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년 동안은 뭐하고 왜 연장하고 제도를 보완한다는 건지? 방학 숙제 하나도 안 하다 개학 전날 밤 새가며 밀린 숙제 꾸역꾸역 하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개학일은 연장이라도 안 되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 기관들만이 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공매도를 위한 대차 거래 기준부터가 일반 개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

 

※ 대차 거래(loan transaction)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것. 자사 고객을 통해 조달할 수 없는 경우 한국예탁결제원 또는 한국증권금융을 이용하는 기관 간 거래.

- 대차 거래 참가 대상: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 투자자'

✔ 50억 이상의 금융 투자 상품 잔고 보유
✔ 계좌 개설 후 1년이 지날 것
✔ 관련 자료 제출로부터 2년 내 등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대주 거래(stock loan)'도 있지만, 이자율이 높고 대주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행하지 않는다. 상환 기한도 대차거래보다 짧은 게 보통이다. 즉 개미들도 원칙적으로는 공매도 할 수 있다. 단, 50억 이상의 자산가인 슈퍼 개미들만 대차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앙드레 코스톨라니 옹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 보면 공매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본인 자체가 공매도로 갑부가 된 투자자였기 때문. 세월이 가며 친구들 파산할 때 자신은 돈을 번다는 사실에 결국 돈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공매도 투자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고.

 

근데 뭐 항상 동전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전체주의적 발상에 빠져 어느 한 방향으로 모두를 몰아간다는 건 나중에 더 큰 후폭풍으로 부메랑 맞을 수 있다. 공매도가 작은 버블이 큰 버블 되기 전에 미리미리 터뜨려주는 냉각수 역할을 한다지 않나.

 

공매도도 투자의 한 방식이므로 영구 폐지를 주장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더불어 우리나라만 공매도 금지하면 외인들이 투자하겠냐고. 주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일종이다. 일단 거래가 되어야지. 누가 팔아야 사고, 누가 사줘야 팔지. 공매도 잠그면 무조건 내 주식 올라서 이득일 거라는, 희망회로만 돌리는 개인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매일경제

 

 

사실 내 주식이 이득을 보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만 한다. 질량 보존의 법칙 비슷한 호구 보존의 법칙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꼭지에서 물려줘야 내가 꼭지에서 털고 배부르게 나올 수 있는 거다. 보통 그 꼭지에서 물리는 이들이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고. 물론 경험이 많다고 꼭 초보 상대로 수익을 거두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만 하고 모두가 장기 가치투자만 한다면, 시장은 그 누구에게도 이익과 손실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냥 고요한 호수같겠지. 평안하고 잔잔한. 누군가는 영끌하고 빚투하고 하다못해 실업급여까지 주식에 넣어줘야 다른 누군가가 익절하고 시장에서 수익을 보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주식 시장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과 생각이 다르면 다를수록, 시장에선 변동성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잔잔한 호수에 크고 작은 돌들을 더 많이 던져넣어야 이런저런 파문도 생긴다. 시장에 역동성이 생긴다. 역동적인 시장이 되어야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시장은 그런 곳일 게 분명하다. 또 주식 시장은 응당 그래야만 한다.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도 분명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 참고한 기사
1.
금융위 “공매도 영구폐지 없다” 확인… 개미들 투쟁 예고
2. 알바비·학자금까지…대학생·취준생도 '위험한 빚투'
3. 백수청년들 "주식말곤 답 안보여"…실업급여까지 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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