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게임스톱(GME)이 촉발한 '반 공매도 운동'이 뜨겁다. 미국판 주식갤러리인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SB; Wall Street Bets)에서는 연일 공매도 세력에 대한 응징을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단합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종목은 올들어 1884% 폭등하며 동전주가 한 달만에 시총 25조원짜리 대형주로 거듭났다.
애초에 실적이 우량한 주식에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매수한 주식이 아니다. 영업적자 자체는 의미가 없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기관들이 당시 '죗값'을 여전히 치르지 않았음에도, 공매도나 일삼으며 주가 하방 압력을 부추기는 '꼬락서니'를 응징하기 위한 개인들의 단합이 주된 이유기 때문이다.
개인의 단합이 초반 '승기'를 잡았고,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에 따르면 언뜻 개인의 완승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시트론의 공매도 포기 선언, 멜빈캐피털의 자본금 손실 등, 개인의 콜 옵션 매수세까지 더해진 '숏 스퀴즈'가 기관들의 울며 겨자 먹기 식 매수세 동참을 유발하며 한 방 제대로 먹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
다만 여전히 '승부'의 향방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위 기사에 따르면 게임스톱의 공매도 총량은 해당 '전쟁' 기간 동안 불과 8%(500만 달러)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현재 게임스톱은 테슬라, 애플에 이어 세번째로 공매도량이 많은 주식이다. 1월 29일 기준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은 112억 달러(약 12조 5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게임스톱 공매도에 투자한 세력은 올해 들어서만 우리 돈으로 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중이다. 그럼에도 버티기 양상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다른 종목이나 타국 시장에서 돈을 빼 손실 메꾸기에 들어갈 수 있어 국내 증시에도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겉보기에 통쾌해 보일 수 있는 미국 개미들의 선전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단순하게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전 세계 주식 시장을 완전히 단일한 시장이라 가정하면, 이번 사태로 손해를 입은 미국 헤지 펀드들의 손실이 매도세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 타겟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사태가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첫째는 개인들이 기관들만큼 영향력이 생겼다는 것. 유튜브,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됨에 따라 개인들이 '합심'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시장 민주주의 달성'이라는 거창한 뜻을 담지 않아도 좋다. 개인으로썬 수익 볼 여지에 명분까지 붙어있으니 금상첨화인 것이다.
둘째는 안 그래도 불신이 팽배하던 기관투자자,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더욱 팽배해졌다는 것. 애초에 공매도 자체가 기관에 특화된 거래행태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개인이 대차 거래를 이용할 여지도 적을 뿐더러 대차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슈퍼 개미가 몇이나 된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에 대응하여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지속되고 있다. 애초 6개월 간 금지였던 조치가 연장, 재연장되어 올해 3월 16일 공매도 제한조치가 해제될 예정.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공매도 영구 금지를 외치는 개인투자자들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금융위도 간을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 재개 시기가 임박해오자 게임스톱의 개인 투자자들이 보여준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는 모양새다. 국내 주식 중 공매도 1위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그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한다. 2위인 넷마블의 공매도 잔액 1644억원의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에이치엘비도 3160억원으로 코스닥 종목 중 가장 크다.
결과야 어찌되든 간에 이번 게임스톱 사태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선 '공매도는 나쁘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초보 개미 투자자들에게 던져준 것. 가치 판단은 각자가 할 부분이지만, 증권사들이 지난 1월 28일 게임스톱 거래를 '잠그는' 바람에 이 단순한 메시지에 대한 개인들의 마음이 더 기울어진 듯 보인다.
또한 기관과의 경쟁에서 개인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서도 적었지만 개인간 연대가 기관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목도한 것. 아직 현재 진행중이지만.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 영구 폐지에 대한 국민 청원이 다시 등장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아래 청원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 참고한 기사 1. '개인 VS 기관' 전쟁 게임스탑...공매도 12조 남아있다
※ 참고한 기사 2. 국내로 옮겨붙은 '反공매도 운동'…셀트리온이 1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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